프롬프트 체이닝: LLM으로 AI 자동화 시스템 만드는 3가지 핵심 패턴
혹시 거대 언어 모델(LLM)에게 보고서 초안을 맡겼더니 핵심 논지가 빠져있거나, 데이터 분석을 시켰더니 엉뚱한 결론을 내놓아 당황한 적 없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이럴 때 ‘더 완벽한 단일 프롬프트’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사실 해답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문제는 ‘프롬프트’가 아니라 ‘프로세스’에 있습니다.
뛰어난 요리사는 만능 칼 하나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재료 다듬는 칼, 써는 칼, 포 뜨는 칼을 순서대로 사용해 최고의 요리를 만들죠. LLM을 다루는 방식도 이와 같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명령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기보다, 잘게 쪼갠 여러 개의 명령을 체계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단일 프롬프트의 한계를 넘어, LLM을 하나의 ‘부품’처럼 활용해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롬프트 체이닝’의 세계를 안내합니다. 예측 가능하고 신뢰도 높은 AI 시스템을 만드는 첫걸음, 지금부터 함께 시작해 보시죠.
1. 프롬프트 체이닝의 청사진: 과업을 ‘분해’하고 ‘연결’하세요
프롬프트 체이닝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하나의 큰일을 더 작고 관리하기 쉬운 단계로 나눈 뒤(과업 분해), 한 단계의 결과물을 다음 단계의 입력값으로 넘겨주는 방식입니다.
이는 LLM이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결과물의 정확도를 극적으로 높이는 원리입니다. 복잡한 프로그램을 짤 때 기능별로 모듈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조립하는 것과 같죠. 이 방식은 결과물의 정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단계에서 잘못되었는지 쉽게 찾아내고 고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프롬프트 체이닝은 주로 3가지 기본 패턴으로 구현됩니다.
- 순차 체이닝 (Sequential Chaining):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정해진 순서대로 프롬프트를 실행합니다. ‘블로그 주제 리서치 → 개요 작성 → 초안 생성 → 제목 추천’처럼 명확한 순서가 있는 업무에 딱 맞습니다.
- 조건부 체이닝 (Conditional Chaining): 이전 단계의 결과에 따라 다음에 할 일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고객 리뷰를 분석해 ‘긍정’이면 감사 메시지를 보내고, ‘부정’이면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을 보내는 것처럼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반복(루핑) 체이닝 (Looping Chaining): 특정 조건이 만족될 때까지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수백 개의 제품 목록을 하나씩 처리하거나, 생성된 글이 특정 기준을 통과할 때까지 계속 수정하는 작업에 유용합니다.
2. 체인의 두뇌를 깨우는 기술: CoT와 자기 일관성
프롬프트 체이닝이 작업의 ‘외부 뼈대’를 설계하는 것이라면, 각 체인 내부에서 LLM의 추론 ‘품질’을 높이는 기술도 있습니다. 바로 사고의 연쇄(Chain-of-Thought, CoT)입니다.
CoT는 LLM에게 최종 답만 툭 내뱉게 하는 대신, 답을 찾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기법입니다. 단순히 프롬프트 끝에 “단계별로 생각해보자(Let’s think step by step)”라는 말만 덧붙여도, LLM은 마치 사람이 소리 내어 생각하듯 자신의 추론 과정을 보여주며 더 정확한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CoT도 단 하나의 추론 경로에 의존하기에 틀릴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자기 일관성(Self-Consistency) 기법입니다.
이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개의 다른 생각 경로(CoT)를 만들게 한 뒤, 다수결로 가장 많이 나온 답을 채택하는 방식입니다. 잘못된 추론은 제각각 다른 길로 흩어지지만, 올바른 추론은 대부분 같은 결론으로 모인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합니다. 결과물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할 때 효과적인 안전장치인 셈이죠.
3. 궁극의 문제 해결사: 사고의 나무 (Tree of Thoughts, ToT)
CoT나 자기 일관성도 결국은 하나의 길을 따라가는 선형적인 추론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고, 때로는 막다른 길에서 되돌아 나와야 하는 복잡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사고의 나무(Tree of Thoughts, ToT)입니다.
ToT는 추론 과정을 하나의 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는 ‘나무 구조’로 확장합니다. 마치 체스 고수가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여러 경우의 수를 탐색하듯, LLM이 여러 생각의 갈래를 만들고, 각 경로의 유망함을 스스로 평가하며 최적의 해답을 찾아 나서는 방식입니다.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 이전 단계로 돌아가 다른 길을 탐색하는 ‘백트래킹’도 가능하죠.
ToT의 힘은 ’24 게임’(숫자 4개로 24 만들기) 과제에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기존 CoT 방식으로는 4%에 불과했던 GPT-4의 성공률이 ToT를 적용하자 74%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ToT가 단순 추론을 넘어, LLM에게 ‘전략적 문제 해결 능력’을 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그래서, 어떤 기술을 언제 써야 할까요? (실무 가이드)
다양한 기술을 살펴봤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순서대로 시작해 보세요.
- 시작은 무조건 ‘순차 체이닝’: 대부분의 자동화 업무는 명확한 단계로 구성됩니다. 가장 간단하고 직관적인 방법부터 적용해 보세요.
- 분기점이 필요하면 ‘조건부 체이닝’: 작업 중간에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 조건부 체이닝을 더해 유연성을 확보하세요.
- 논리적 정확성이 중요하다면 ‘CoT’: 각 단계의 결과물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필요하거나, 계산이 포함된 작업이라면 CoT를 적용해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이세요.
- 높은 신뢰도가 필수라면 ‘자기 일관성’: 오류가 치명적인 작업이라면, CoT에 자기 일관성을 추가해 안정성을 한 겹 더하세요.
- 복잡한 계획과 탐색이 필요하다면 ‘ToT’: 여러 가능성을 탐색해 최적의 답을 찾아야 하는 전략 문제(ex. 게임 공략, 복잡한 스케줄링)에 ToT를 사용하세요. 단, 가장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핵심은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시작해, 필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복잡성(과 비용)을 높여가는 것입니다.
결론: 자율 에이전트를 향한 첫걸음
프롬프트 체이닝, CoT, ToT는 단순히 LLM의 성능을 조금 개선하는 팁이 아닙니다. 이는 LLM과의 소통 방식을 ‘단순 대화’에서 ‘시스템 프로그래밍’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이 기술들은 미래의 자율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핵심 부품입니다. 체이닝은 계획 실행 능력을, CoT는 기본적인 추론 능력을, ToT는 행동 전에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고도의 계획 능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완벽한 단일 명령어를 찾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넘어, 이 강력한 부품들을 조립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추론 아키텍트(Reasoning Architect)’로 진화하고 있습니다.